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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KIM MIN JI

작가노트

일상을 보내다 답답해질 때면 주로 자연이 가득한 공간으로 가 휴식하며 주변의 자연물들을 관찰하고 살펴보곤 한다. 세상의 만물이 모두 공통된 우주의 근원을 품고 있다는 동양철학적 관점으로 자연을 바라보니 전과는 다른 것들이 눈에 띄었다. 나무의 갈라진 틈새와 그 결, 물의 파동, 나뭇잎의 맥, 하늘의 구름과 별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무늬에는 오랜시간 축적해온 힘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은 성장하며 자신만의 과정을 통해 무늬를 만들어간다.

나는 만물에 내재 되어 있다는 우주의 근원을 가능성 혹은 잠재성의 다른 표현이라고 이해했다. 성장하는 시간과 비워 내는 시간을 반복하며 생명은 자신만의 형상, 무늬를 만들어나간다. 다색의 겹을 쌓아 올리고 긴 시간 애써 쌓은 겹들을 다시 깎아낸다. 힘겹게 쌓아 올린 것을 제거하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 흔적을 통해 새로운 조형 요소로 재탄생하기 위한 과정이다. 제거의 과정을 거친 뒤 새로운 형태를 구축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은 각자의 잠재성을 구축하고 확장해 나가기 위한 무수한 반복의 결과물이다. 나는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고자 하는 태도를 시각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채로운 색의 겹을 중첩한 것은 성장하고 생성하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각해내면서 소멸로 인한 반전이 발생한다. 이 모순의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무늬는 작은 조각자국으로 인해 조금씩 다른 표면을 갖지만, 동시에 이어진다. 모순을 통해 조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형상은 기본이 되는 재료의 물성과 그 위에 새로이 쌓아 올린 겹, 그리고 떨어져나간 흔적이 모두 합쳐졌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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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1.jpg

줄기, 27 x 35 cm, acrylic, acrylic medium, varnish,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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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7_오후, 50 x 62 cm, acrylic, acrylic medium, varnish,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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