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
MI YOU
작가노트
뿌연 창문에 흐르는 한줄기의 물.
창문 너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했다. 하지만 창문은 늘 뿌옇게 가려져 있었고, 그 너머의 풍경을 또렷하게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창문에 한줄기의 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그저 거슬리는 결함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차 그 물줄기가 창문을 씻어내면서 풍경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창문에 흐르는 물줄기, 그것은 나의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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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래서 불완전함이란 것에 더 눈길이 간다. 이것이 완전해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함과 완성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비주류로 여겨지거나 잘못된 것으로 간주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불완전함과 분리할 수 없다. 나의 작업은 불완전함과 결함들을 수집함으로써,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불완전함 속에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필름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거나 온라인에 있는 필름 이미지 조각에서 결함을 수집한다.
고해상도의 디지털 사진과 달리, 필름 사진에는 노출 오류, 필름의 그레인, 먼지, 스크래치 등 다양한 결함이 존재한다. 이것은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생기며 필연과 우연의 모호한 지점들이 생겨난다.
이처럼 필름 사진의 고유한 결함들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불완전한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지점들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다. 수집된 결함들이 회화로 표현될 때, 각각의 결함이 가진 고유한 특성과 질감이 중첩되어 복잡한 레이어를 만들어내며 불완전함은 더욱 극대화된다.
화면 속 핑크색은 먼지 같은 결함으로 자리 잡으면서도, 뿌연 창문의 물줄기처럼 시각을 확장하는 창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한 결함의 표현을 넘어, 관람자들이 자신을 투영하고 생각과 감정을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완벽과 완성이 지배적인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대안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간과해온 불완전함과 결함은 단순히 무시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불완전함을 통해 나와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길을 모색한다.


빛나는 밤 | 27.3 x 27.3cm | oil on canvas | 2024
